하버드 대학의 헌팅턴은 영어가 문화와 문화 사이의 의사 소통의 수단으로 쓰이면서 서로 다른 문화적 정체성을 오히려 강화하고 있다는 흥미있는 분석을 내놓았다. 세계를 향해 열린 언어는 결국 경쟁력을 갖게 된다는 사실을 주목하면서 영어는 이제 세계어의 기능을 감당하고 있는 특수한 의사 소통의 도구일뿐, 영국과 미국만의 전유물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더욱이 다양한 문화의 언어와 의미로 통합된 21세기의 정보들은 한국어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의 초중고 교육에서 영어 수업의 열기가 뜨겁지만 감당할 수 있는 교사는 10%미만이라는 사실은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을 이루고 마침내 신교육 엑소도스 현상및 이민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 머지않아 대학도 언어학이 아닌 전공 분야에서 조차 원어민 교수를 초빙하는 시대가 올 것이 자명하다. 변하는 시대에 변화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고 보면, 어느 방향으로 무엇을 향한 변화여야 하느냐는 좀더 신중을 기할 부분이다. 무조건 시대의 기류에 편승할 것이 아니라, 누가, 무슨 목적으로, 왜, 그리고 어떻게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이것이 과거를 진단/분석하고, 그 위에서 미래적 처방을 내리고 방향을 제시해야만 하는 역사학의 임무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