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담부터 예수 그리스도까지의 역사를 성경 마소라 본(Masoretic)을 중심으로 정리한 연대기가 국내 최초로 발간돼 화제다. 천지창조, 출애굽, 요한의 탄생, 그리스도의 공생애 등을 성경 내 사건과 유대교의 전통에 입각해 년, 월, 일, 요일로 환산한 활재(活齋) 반성호장로(성은교회·사진)의 장서 <성경연대기>가 그것이다. 이후 이스라엘 역사신학 및 고증학 연구에 마중물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성경연대기>는 35년간의 작업기간과 30여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완성됐다. 책에 따르면 천지창조는 BC 4114년에 이뤄졌으며, 아브람 출생, 출애굽, 남북왕국 분열, 느헤미야 귀환, 마카비 수전절, 세례 요한의 출생, 그리스도 공생애 등도 달과 요일의 구체적인 날짜로 환산할 수 있다. 이는 이스라엘민족이 출애굽 이전에 쓴 히브리력과 출애굽 이후 사용한 히브리종교력을 유대교의 전통과 관습, 사건 등으로부터 유추해 완벽히 정리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히브리력과 히브리종교력은 사용했다는 기록만 있을 뿐 체계적으로 정리된 자료가 남아있지 않다. 곧 이를 태양력으로 환산하여 연대기로 정리하는 데에는 어마어마한 분량의 작업이 요구된다. 반장로가 연대기 작업으로 35년간 씨름한 이유이기도 하다.
◇성경연대기 책 사진
처음 성경의 연대기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반장로는 기존 학계에서 사용한 히브리력과 히브리종교력의 오류를 발견했다. 먼저 NIV Study Bible에 대해 “유다 말기부터 구약성경 끝까지에 기록된 히브리종교력의 연, 월, 일, 요일을 율리우스력(Julian Calendar)의 BC 연, 월, 일로 환산하였는데, 자세히 보니 성경에 기록된 히브리종교력의 날짜들을 Parker and Dubberstein의 바빌론력의 날짜들로 환산했다”고 분석했다. 또한 James Ussher의 <The Annals of the World>에서 사용한 히브리종교력에 대해서는 “아담창조부터 여호야긴 포로 37년까지의 성경에 기록된 히브리력과 히브리종교력의 연, 월, 일, 요일들을 율리우스력으로 환산했는데, 문제는 1년이 365일로 되어 있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히브리력과 히브리종교력이 정확하게 계산된 체계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반장로는 히브리력과 히브리종교력을 정리하는 작업을 선행했다. 태양력으로 환산할 기준이 있어야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업과정에서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만 했다. 성경 내 각 사건과 유대의 전통에 모두 합치하는 것을 만들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반장로는 “히브리력과 히브리종교력을 만들어 성경과 대조 검토해보니 잘 맞지 않았다”며, “그래서 이 문제를 놓고 새벽기도시간에 무릎 꿇고 중보기도했다. 도저히 인간의 생각으로는 풀어갈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오랜 시간 기도하는 중에 하나님께서 영감을 주시고 지혜도 주셨다. 그래서 바빌론력, 유대력, 율리우스력, 그레고리력 등을 재검토하여 연구한 끝에 히브리력과 히브리종교력을 복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반장로는 이 중요한 연구결과를 책에 함께 담았다. 책이 880쪽의 방대한 분량을 가진 이유다. 그리고 이를 태양력으로 환산, 서력기원(Christian Era)을 기준으로 성경에서 일어난 사건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모든 사건들이 환산한 날짜와 정확히 들어맞는 것을 보며, 반장로는 성경이 무오한 말씀의 책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더불어 지금까지 날짜계산 없이 애매한 해석에 의존했던 각 성경사건들에 대해, 보다 명백한 틀을 제공함으로써 신학적으로나 신앙적으로 확고한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반성호장로는 국내 최초로 <성경연대기>를 제작, 이스라엘 역사신학 및 고증학에 중요한 토대를 마련했다.
(사진은 출간기념 발표회 장면)
한 실례로 히스기야왕 앞에서 이사야 선지자가 한 말을 통해 그 시기를 유추해낼 수 있다. 열왕기하 19장 29절에서 이사야는 “네게 보일 징조가 이러하니 너희가 금년에는 스스로 자라난 것을 먹고 명년에는 그것에서 난 것을 먹되 제삼년에는 심고 거두며 포도원을 심고 그 열매를 먹으리라”고 말하고 있다. 이는 이사야 37장 30절과 짝을 이루는 말씀으로, 여기에서 말하는 금년은 히스기야왕 15년이며 14-49안식년이고, 명년은 히스기야왕 16년이며 14-50희년이다. 그리고 제3년은 히스기야왕 17년이다. 그런데 아수르의 산헤립왕이 히스기야왕 14년 7월(에타님)에 예루살렘을 포위 공격하므로 8월에 파종할 수 없었고, 히스기야 15년에는 수확도 파종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히스기야 16년에 하나님의 사자가 아수르군사 185,000명을 쳐서 죽었으므로 8월에 파종하여 히스기야 17년에 수확 및 파종할 수 있었다. 이는 센나케리브왕의 포위공격 때문에 2년간 파종 및 수확이 불가능했던 것이, 안식년과 희년을 지킴으로 2년간 파종, 수확하지 않은 것과 동일한 결과가 된 것이다. 그러므로 히스기야왕 14년은 창세기원(Anno Mundi) 3114년, 히브리종교력 746년, BC 701년이 된다.
또한 요한복음 7장 37절에 “명절 끝 날 곧 큰 날에 예수께서 서서 외쳐 가라사대 누구든지 목마르거든 내게로 와서 마시라”는 말씀도 날짜 계산에 중요한 단서가 된다. 반장로는 “명절 끝날 곧 큰 날에 대해 초막절 일곱째 날인지, 여덟째 날인지에 대해 학계에 논란이 많다”며, “그러나 초막절 끝 날이라 함은 초막절 일곱째 날인 7월(Ethanim) 21일을 말하고, 명절의 끝 날이라 함은 명절의 끝날, 곧 초막절 여덟째 날을 말한다. 그리고 그 큰 날이라 함은 안식일과 명절의 2성회가 겹친 날을 의미하는데, 이는 서기 28년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성경연대기>에서는 ‘모세가 81세 된 해’, ‘가나안 입성’, ‘안식년과 희년’, ‘제사장 24반차 제도의 1차 시행 시작일’, ‘예수께서 명절 때에, 38년 병자 고치신 안식일’ 등 성경에 나오는 사건과 전통, 제도 등을 통해 실제 연도를 정확히 추적하고 있다.
반장로는 “처음에는 호기심에서 시작한 일이었지만, 하나님이 이 일을 통해 새로운 영광을 드러내 보이실 것이라는 확신 속에서 삶을 들여 연대기작업을 진행했다”면서, “성경의 각 사건을 월, 일, 요일로 정리한 것은 세계적으로도 없다. 그런 점에서 이번 작업이 그동안 애매한 추측에 의존했던 것들에 보다 명료한 해석의 틀을 제공했으리라 본다. 그러나 이 모두가 하나님께서 나를 들어 하신 일이며, 나는 그저 성경의 영광을 빛내기 위해 최선을 다했을 뿐이다”고 말했다.
이 책에 대해 김인환목사(성은교회·전 기감 서을남연회 감독)는 “세계 어떤 학자나 교수도 이렇듯 성경에 대해 완벽한 연대기를 써낸 적이 없었는데, 반성호장로가 35년이란 긴 세월을 들여 책을 완성했다”면서, “신학과 신앙은 모두 성경을 기본으로 출발한다. 그러므로 이번 연대기 작성은 기독교인 모두에게 큰 자산이며, 발전적 미래를 모색할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출처: 기독교신문 인터넷 홈페이지 2014년 1월 3일 오후 2시 36분 접속
http://www.gidoknews.kr/bbs/board.php?bo_table=b04&wr_id=7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