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울은 외적인 측면에서 사도로서 소명을 받은 자였다. 그러나 내적인 측면에서 바울은 어떠한 인간의 모습으로 그의 일을 감당하였는지 궁금하다. 저자는 이러한 바울의 모습을 프로테우스적 인간의 형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즉, 자유자재로 변하는 인간이라는 것이다.
고대 헬라 신화에서 프로테우스는 부정적인 이미지로 자기 주관과 정체성이 상실된 자를 의미한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저자는 바울을 복음을 전하기 위해 어떤 환경 속에서도 변화무쌍하게 적응할 수 있도록 상황화 된 인간으로 해석하고 있다. 특별히, 저자는 이 책에서 바울의 프로테우스적 인간의 모습을 철학적이며, 역사적인 관점에서 자세히 묘사하면서 초대교회 당시 선교의 현장에서 꼭 필요했던 역동적인 인물로 강조한다. 다시 말해, 바울을 다문화 환경에서 전수 받은 복음을 재해석하는 능력이 탁월한 인물로 평가한다. 바울을 또 다른 시각으로 연구하는 데 이 책은 깊은 깨달음을 준다.
저자서문 6
제1장 프로테우스적 인간
1. 프로테우스적 인간이란? 10
2. 프로테우스적 인간, 바울 18
3. 원시기독교에 대한 바울의 영향 25
4. 바울의 일생과 외모 27
5. 바울의 회심과 그의 사도직 34
제2장 바울의 다중적인 정체성
1. 바울의 자기 이해 55
2. 다메섹 사건과 바울의 정체성 변화 57
3. 바울의 다중적인 정체성 67
4. 안디옥 사건과 바울의 이방인 전도자로서 정체성의 변화 151
제3장 바울신학의 주제와 특징
1. 바울신학의 주제 175
2. 바울신학의 특징 196
제4장 바울의 예수 십자가와 죽음의 신학
1. 특별계시의 도구 바울 219
2. 바울의 구속사관 225
3. 바울신학의 중심, 십자가 231
제5장 바울의 부활신학
1. 바울의 부활 개념 264
2. 신자의 부활체 269
3. 예수 부활이 갖고 있는 의미 273
참고문헌 290
인물색인 299
프로테우스적 인간의 특징은 어떤 사상을 가지는 것이 가능한가 또는 불가능한가에 깊이 연관된다. 이것은 정치, 종교 및 미래의 일반적인 지적 생활에 대해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프로테우스적 인간은 자기를 시험하면서 자기에게 있는 여러 요소 중에서 가치가 없으면 쉽사리 바꿀 수 있다. p.15.
바울은 프로테우스적 인간에서 발견할 수 있는 전향이란 현상이 종교적 회심이란 현상으로 경험한다. 그 인생의 터전까지 송두리째 바꾸어지는 경험을 하였다. 그는 고정된 타입의 열렬한 율법학자였다. 그가 예수란 한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 그가 지금까지 자기가 갖고 있던 인생의 터전을 완전히 바꾸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죽었다가 다시 태어나는 경험을 하였다. 마치 헬라 신화의 주인공 프로테우스가 변환자재(變幻自在)로 무서운 뱀, 사자, 용, 불 또는 홍수와 같은 존재가 되었다가 포획되기까지는 결코 하려고 하지 않았던 그의 모습, 자기의 모습에 가장 닮은 모습으로 바꾸고 예언의 강렬한 능력을 발휘할 수가 있었다. 그러므로, 프로테우스는 죽었다가 다시 태어나고 또다시 죽고 다시 태어나는 존재였다. p.18.
바울은 복음을 전하는 대상이 유대인이건 이방인이건 자유인이건 야만인이건 그들을 그리스도에게로 인도하기 위하여 자신의 사회적 행위를 그들의 문화적 환경에 적응시킬 수 있음을 역설한다. 바울의 이러한 태도는 예수 그리스도가 이 땅에서 자신의 사역을 위해 실천하였던 성육신 원칙(incarnation principle)과 비교할 수 있다. 이처럼 바울은 복음을 증거하는 과정 가운데 유대인처럼(고전 9:20-21), 율법을 지키는 자처럼(롬 10:14), 때로는 율법을 무가치하게 여긴 자처럼(갈 1:8-10), 다양하게 접근하여 주 예수의 복음을 증거하였다. p.20.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나타난 하나님의 구원 행위로서의 복음은 본질적으로 성육신하신 자의 전승으로 되돌아간다. 바울에게 복음은 먼저 예수 그리스도의 계시의 사건이다(갈 1:11). 그러나 동시에 복음은 전승이기도 하다(고전 15:1-5). 예수 그리스도 안에 나타난 하나님의 구원 행위는 역사 속에서 일어난 사건이기 때문이다. 즉 복음은 나사렛 예수의 삶과 죽음과 부활을 통하여 일어난 역사적 사건을 중심 내용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그것은 또한 전승된다. p.51.
바울은 세 개의 문화 공간, 즉 유대적, 헬라적, 로마적인 문화 세계를 받아들이고 있는 환경에 의해 직접 영향을 받았던 것이다. 바울은 그의 독자들의 실생활과 의식 세계의 기반이었던 도시적인 그리스・로마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면서 그 세계를 그들과 공유하였던 문화간적(intercultural) 인물이었다. 이런 점에서 그리스・로마 세계는 바울이 복음이라는 씨앗을 뿌리는 땅이었으며, 그 땅에 바울은 십자가에 달리신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였고, 당대의 사람들은 그것을 통해 복음에 다가갈 수 있었다.
p. 87-88.
디아스포라 유대인이었던 사도 바울은 당시 거대한 사상의 두 조류, 즉 유대이즘(Judaism)과 헬레니즘(Hellenism)을 자신의 신학 세계에서 조합하였고, 복음을 그리스・로마 세계에 뿌리를 내리게 한 창조적인 신학 사상가였다. 그러한 면에서 바울은 다양한 문화와 종교가 교류하는 그리스・로마 세계에서 자신의 신학 세계를 구축한 신학자이면서, 자신이 전수 받은 복음을 다문화 환경에서 재해석하고 상황화(contextualization)하여 복음을 세계화한 해석자였다. p. 111-112.